내원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끔 본인과 과정을 진행하기 힘들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저는 그분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보호자에게 대리 EFT를 권합니다.
내담자 : 초등 남자아이를 둔 부모
해결하고 싶은 상황 :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만 있으려 하고, 외출도 전혀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만 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수시로 말하고,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는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하는 것을 피했습니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 심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치료과정 : 부모 8회 상담치료
내원했을때, 의자를 뒤로 돌리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서 과정을 진행하기 불가능했습니다. 아버님을 따로 뵙고 여러 가지 상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몇 번했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말을 더듬어서 반에 몇몇 아이들이 놀렸고, 그 뒤로 그 아이들에게 몇 차례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가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에 대한 집안 어른들의 비난, 냉담하고 엄한 할머니와 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들려주셨습니다. 일단, 아버님께 EFT를 소개해 드리고 대리 EFT를 하면서 천천히 아이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자고 권했습니다. 여러 치료에도 실패했던 터라 잠시 망설이시더니, 해보시겠다고 동의하셨습니다.
대리 EFT를 할때는 그순간에 잠시 아들이 된다고 상상하고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지금 이순간 내 아들 OOO이다." 그리고, 아들의 눈으로 그 모든 상황을 다시 경험하면서 불편한 느낌이나 생각이 떠오르면 종이에 적고, EFT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처음 주제는 어머니의 죽음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아들이 그 상황을 경험하는 순간으로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잠시 후, 얼굴이 붉어지시더니, 무섭고, 외롭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감정들을 다룬 뒤, 상상속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했습니다.
"엄마도 네가 너무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내 아들. 너를 너무 사랑한단다. 비록 네곁에 있을수 없어, 너무 안타깝지만, 나는 언제나 네 마음속에서 함께 할 거란다." 상상속의 어머니가 그 말을 아이에게 건네는 장면을 떠올리시게 했습니다. 그 순간, 왠지 기분이 나쁘고, 불편하다고 말씀하셔서 잠시 중단 했습니다. 불편함에 대해서 과정을 진행하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이가 너무 충격을 받을까봐, 처음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에도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장례가 끝난뒤 모든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 동안은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어디갔냐고 울다가, 때때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던지곤 했습니다. 엄마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아이를 위한다고 했던 일인데, 오히려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이해할 시간을 제가 빼앗아 버린거 같습니다."
아버님이 느끼시는 안타까움, 죄책감,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다룬뒤, 다시 아이에게로 돌아가 엄마가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 두려움, 분노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첫 과정을 진행한 뒤, 같은 방식으로 아이가 그 뒤로 경험했던 기억들을 다루시도록 했습니다.
일주일 뒤 뵈었을때, 늘 불안해하며, 집안 창문을 잠그고, 누가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겁을 내며 아빠 방에서만 잠을 자던 아이가 자기 방에서 잠을 잤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니,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오랬동안 함께 살았지만, 아이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안했었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늘 야단치거나 화만 내면서 아이를 내버려두었던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더욱 적극적으로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저도 내심 놀랍고 흐뭇했습니다.
두 달 동안, 어머니의 죽음 뒤 외가쪽 어른들이 찾아와 아버님을 비난했던 상황에서 겪었던 충격, 초등학교 1학년때 같은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 기억, 딱딱하고 재미없는 수업을 강요하던 학원선생님, 관심이 지나쳐서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여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을 차례로 다루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가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늦게 들어올 때도 있고, 여자 선생님이 있는 학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죽음에서 아버님이 느끼셨던 부담감, 원망, 외로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처,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해결했습니다. 아이가 EFT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놀랍고 아쉬웠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는 끈이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그 흐름에 얽혀있던 매듭을 풀어준다면, 아이들이, 부모님들이,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자유로울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